삼한시대 비밀의 나라 '조문국'…그 흔적을 좇아 의성으로 시간여행

입력 2020-08-18 15:21   수정 2020-08-18 15:33


경북에는 온 가족이 떠나서 역사와 문화를 배우고 올 수 있는 학습 여행지가 곳곳에 산재해 있다. 삼한시대부터 근현대까지 역사를 돌아볼 수 있는 곳에서 대중문화의 자취를 따라갈 수 있는 곳까지 콘텐츠가 다양하다. 여행도 하고 학습도 할 수 있는 일거양득 여행지로 배움여행을 떠나보자.
군사요충지에 자리한 ‘조문국’
우리 역사는 늘 고구려, 백제, 신라에서 멈춰 있다. 그 이전 시대는 그저 상상의 영역으로만 남아 있지만 우리 국토 구석구석에 삼한시대의 흔적이 곳곳에 살아 숨쉰다. 그중 조문국은 알려지지 않은 것에 비해 무려 370기가 넘는 거대한 고분이 흔적으로 남아 있는 고대국가다.

‘이사금이 조문국(召文國)을 정벌하였다.’ 조문국은 삼국시대 이전 부족국가 시절의 알려지지 않은 국가였다. 경북 의성이 바로 조문국이다. 우리나라 남쪽에 있었던 마한, 진한, 변한으로 알려진 삼한 초기에 있던 국가로 기록돼 있다. 조문국은 서기 185년 신라에 병합되기까지 독자적인 문화를 형성했다. 금성산 고분군은 대표적인 조문국 유적지로, 의성의 명산인 금성산 아래 고분이 흩어져 있다

조문국을 기록한 문헌이 많지는 않다. 그렇지만 의성에 조문국이 있었다는 기록은 확실하게 남아 있다. 삼국사기 지리지는 고려 시대 의성부였던 문소군이 원래 조문국이었다고 기록하고 있다. 고려사, 동국여지승람 등도 의성지역에 조문국이 있었던 것으로 서술하고 있다.

기록에 의하면 의성읍에서 남쪽으로 10㎞ 정도 떨어진 금성면 일대가 조문국의 중심지였다고 한다. 삼한시대에 여러 부족국가가 조문국을 탐냈던 이유는 북쪽으로 진출하는 중요 교통로였기 때문이다. 당시 가장 번성했던 경주와도 가깝기 때문에 그야말로 군사적 요충지이기도 했다.

조문국은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문화적으로 융성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거대한 고분 중 1호 고분인 조문국 경덕왕릉은 유일하게 주인이 밝혀진 무덤이다.

조문국사적지가 가장 아름다운 계절은 5월 말 여름이 시작될 무렵이다. 나지막한 언덕이 온통 작약꽃으로 뒤덮인다. 한때 융성했던 조문국의 화려했던 시절을 말해주는 듯하다.

금성산 고분군은 호기심을 자극하는 옛이야기와 그림 같은 풍광으로 유명하다. 조문국사적지라는 표시가 없다면 공원으로 착각할 만큼 잘 가꿔졌다. 하늘을 향해 이어진 길을 따라 걷다 보면, 마음에 평화가 깃든다. 유구한 역사를 품은 광활함이 다가오고, 반짝이는 초록빛에 양 떼가 뛰노는 목장이 떠오른다. 언덕 위에서 보는 노을도 일품이다. 사계절 내내 다른 정취를 풍기지만, 특히 봄가을에 많은 이들이 찾는다. 봄에는 작약이 흐드러져 황홀하고, 가을에는 분홍쥐꼬리새(핑크뮬리)와 국화가 색다른 분위기를 자아낸다. 친구와 연인, 가족이 삼삼오오 산책을 즐기며 인생 사진을 남긴다. 의성 토박이 사이에서는 웨딩 사진 촬영지로 인기다.
융성했던 문화의 흔적 조문국박물관
조문국에 대해 더 알고 싶다면 의성조문국박물관으로 향하자. 조문국의 화려한 문화와 의성의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다. 2013년 문을 연 박물관은 지상 3층, 지하 1층 규모로 2층 상설전시실에 조문국 관련 유물을 전시한다. 여러 유물 중 대리리 고분군에서 출토된 금동관모가 눈길을 끈다. 5세기 후반 것으로 추정되는 유물로 ‘장식 봉’이 달렸는데, 조문국의 독자적 문화를 보여주는 자료다.

1층에는 어린이들이 실내에서 유물을 발굴·복원하는 과정을 체험해보는 어린이고고발굴체험관이 있다. 3층 기획전시실에는 ‘조문국의 부활’특별전이 꾸며져 있다. 조선 시대와 일제강점기에 만든 고지도 130여 점을 전시하는데, 여기서 조문국의 흔적을 확인할 수 있다.

같은 층에 있는 옥상 정원에 가면 금성산 고분군이 한눈에 들어온다. 금성산(531m)은 의성의 명산으로, 수많은 전설을 품고 있다. 국내 최초 화산으로, 고분군을 보호하듯 우뚝 섰다. 박물관 주변에 민속유물전시관을 비롯해 지석묘정원, 미로정원 등 다양한 공간이 마련됐다.
시간여행의 메카 ‘의성’
시간여행을 즐길 만한 다른 유적도 있다. 의성 제오리 공룡발자국화석 산지(천연기념물 373호)는 약 1억1500만년 전 중생대 백악기 공룡 발자국 화석 4종 316개가 있는 곳이다. 크기가 다양한 초식 공룡과 육식 공룡 발자국이 동시에 발견돼 공룡 서식지로 추정한다.

통일신라 때 세운 의성 탑리리 오층석탑(국보 77호)도 가까이 있다. 높이 9.56m에 폭 4.51m로, 전탑 양식과 목조건축 수법을 동시에 보여준다. 경주 분황사 모전석탑 다음으로 오래된 석탑이다. 탑리리는 시간이 멈춘 듯한 분위기가 풍겨 한 바퀴 둘러볼 만하다.

의성 빙계리 얼음골(천연기념물 527호)을 빠뜨리면 서운하다. 경치가 수려한 곳으로, 여름에 얼음이 얼고 겨울에 김이 솟는다는 빙혈과 풍혈이 있다. 빙혈 근처에 탑리리 오층석탑을 본뜬 의성 빙산사지 오층석탑(보물 327호)이 자리한다. 초록의 푸르름 속에 석탑의 기품이 빛난다. 얼음골 입구에 인재 교육의 중심이던 빙계서원도 있다. 고즈넉한 산 아래 앉아 시원한 물소리를 들으며 한적하게 선조의 멋을 되새기기 좋다.

의성=글·사진 최병일 여행·레저전문기자 skycb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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